몽테스키외는 자기 자신이 귀족 출신이기 때문에 삼권분립을 주장하면서도 매우 기묘한 형태의 삼권분립을 주장합니다. 그 사상적 배경을 보자면 사람은 자라난 환경의 산물인만큼 태어나서부터 어떻게 자기 자신을 일으켰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. 몽테스키외는 귀족 출신으로 재산이 대단히 많았습니다. 그래서 대학도 파리대학까지 두 군데를 다니고, 대학을 마친 다음에는 바로 자기 백부한테서, 귀족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, 고향 보르도의 고등법원장직을 물려받습니다. 그리고 난 다음에 온갖 것을 다 공부합니다. 이 무렵에는 우리 이조시대 때 지식인들도 그랬습니다만 어느 한 가지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, 박물학, 동물학, 식물학 등 모든 것을 골고루 배웁니다. 학문의 깊이가 그렇게 깊지 아니했으니까 전 분야에 걸쳐서 지식을 습득하는 게 어렵지도 아니했고 또 당시의 시대풍조가 그랬습니다.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영,정조 때 등장한 실학파들이 농업에 대해서도 연구하고, 천문학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? 똑같은 풍조가 당시 구라파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.

 

 

 이렇게 돈많은 귀족으로서 생활을 즐기는 사이에 첫 번째 작품으로 '페르시아인의 편지'라는 소설을 하나 씁니다. 페르시아 사람들이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전혀 외국인의 입장에서 프랑스의 문물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을 하는 내용입니다.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당시에는 거의 모든 지식인들이 소설 한 두 편쯤 쓰는 게 유행이랬습니다.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루소도 '인간불평등기원론', '에밀', '사회계약론' 등 지금까지 읽히는 많은 책을 남겼습니다만 당시에 제일 많이 팔렸던 것은 사실 그가 쓴 '신엘로이즈' 라는 소설입니다. 가정교사 하던 남자와 주인집 귀족 딸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내용의 연애소설인데 무려 72판까지 찍었다고 합니다.

 

 어쨌거나 이런 유행풍조에 쫓아서 몽테스키외는 첫 번째 저술로서 이 편지를 내고 영국에 가서 2년쯤 지냅니다. 그동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영국에서 발달되고 있는 의회제도를 곰곰이 지켜보고 여러 가지를 습득합니다. 바로 이때에 삼권분립을 주창하는 '법의 정신'을 써야 되겠다는 동기가 마련되고 또 여러 가지 자료를 가지고 돌아옵니다. 그래서 일단 그와 같은 모든 준비가 끝났을 적에 고향에 돌아가서 고등법원장직을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고 시시한 책 한 두 가지를 쓰고 난 다음에 바로 이 유명한 '법의 정신'을 씁니다.

 

 

 

 

 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다는 것은 마르크스의 '자본론'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. 우선 지루하고 재미없고 또 현대인의 감각으로 보면 당최 소용없는 얘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. 총 31편 604장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체제 자체도 뒤죽박죽입니다. 이렇게 뒤죽박죽되어 잇는 책인데도 이 안에는 온갖 애기들이 다 있습니다. 거의 3백 년 전에 씌어진 이 책에 한반도에 대한 얘기가 들어 있다면 여러분들이 곧이듣겠습니까? 그런데 실제로 들어 있습니다. 하도 재미있는 대목이라서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. 17편 제 1장은 한 문장으로 끝납니다. 그 다음이 제 2장인데 조금 적어드리죠. '심한 더위는 인간의 힘과 용기를 잃게 하고 추운 풍토에서는 인간으로 하여금 질기고 괴롭고 크고 또한 대담한 행동을 가능케 하는 육체적, 정신적인 힘이 잇다는 것은 이미 말한 바 있다. 그것은 국민과 국민 사이의 차이뿐만 아니라 같은 나라에서도 그 일부와 다른 일부 사이의 다른 점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. 중국지방의 인민은 남방의 인민보다 용감하다.' 그 다음이 우리나라에 관한 겁니다. '한국 남부의 인민은 북부의 인민만큼 용감하지 못하다.' 한국에서는 북부지방은 산악지대고 날이 추워서 사람들이 진취적이고 용감하며, 남부지방은 평야지대라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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